Title 선인장님 만화 팬픽 2-上

Nick 예박사

Time 2010-03-20 22: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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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깁니다. http://pds17.egloos.com/pds/201003/20/80/f0059580_4ba48cc92d460.png "어서 오세요♡" 그때 그렇게 대답하는 게 아니었다. "네, 3500원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떻게 저렇게 태연자약할 수가 있지? "아, 저..저기... 사진 한번만 찍어도 되나요?" 절대 싫어,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 나의 (속으로 외치는) 피맺힌 절규는 그저 자비심 없는 한 여중생의 셔터 불빛에 삼켜질 뿐이었다. 나중에 이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기라도 하면 그대로 죽어버릴거야. 유서는 이렇게 남겨야지. <미워! 저주할테다! 선배 이 빵꾸똥꾸야!!> 사건은 대략 사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처럼 동인 행사에 참가하기로 한 선배와 나는 어떻게 하면 물건을 좀 더 잘 팔아먹을 수 있을까 하는 주제로 토의를 하는 중이었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우리 같은 영세 소규모 동아리가, 그것도 창작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건 힘들다." "으음, 그렇죠..." "무슨 수를 쓰든 일단 시선을 사로잡아야 해. 그래야 최소한 우리 책을 들여다 보기라도 할 테니까." "예에, 지극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만... 그럼 그걸 어떻게?" "네가 좀 맡아 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 "하?" "너 말고는 아무도 못 하는 일이야." 나밖에 할 수 없는 일. 만날 예라이 이런 쓸모없는 놈 등의 폭언이나 일삼는 선배가 이렇게 진지한 얼굴로 내게 뭔가를 '부탁'한 적은 동아리에 들어오고 나서 지금껏 딱 한 번도 없었다. (대개 '명령'이었지. 빵셔틀이라든가...) "해 줄거지?" 평소 모습이랑은 도저히 매치가 안 되는 사근사근한 목소리. 그 위화감이 위기감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난 그만 선배의 페이스에 보기 좋게 말려들고 말았다. 그야말로 상큼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하겠습니다!" 그 후 행사 당일날까지 선배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일절 알려주지 않았다. 때가 되면 알려주겠다면서... 이때부터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나는 그때도 그저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다가올 재난을 알아채고 회피할 수 있는 두번째 기회마저 날려먹었다. 그리고 약 세 시간 전. "으랏차, 준비는 되었느뇨? 오늘 하루 완전히 작살내버리자!" "저기요, 그러니까 이번에 제가 할 일은...?" "아아, 그거?" 그 말이 떨어진 순간 나의 후두부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심대한 충격이 가해졌고 내 정신줄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말았다. 눈을 뜬 곳은 근처 역내의 여자 화장실. 당시의 내 몰골은 위에서 보신 대로다.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 개의 그림자들... "꺄악~ 너무 귀여워!" "그러게, 어디서 이런 애를 주워왔대? 재주도 좋아." 이...이 어둠의 요기가 물씬 풍기는 분들은 누구신가요? "음, 인터넷 동호회로 알게 된 지인. 의상이랑 메이크업을 부탁했는데 이렇게까지 기합 팍 넣고 나서줄 줄은 몰랐지. 고마워요, 마이 시스터즈~" "아하하~뭘~ 덕분에 좋은 구경 했지 뭐야? 쿡쿡쿡" 뭐요? 이보쇼, 이보쇼! "그러니까, 내가 해야 될 일이라는 게..." "아나, 이런 구제불능 띨띨이. 굳이 설명을 해야 하니? 넌 지금부터 우리 부스 홍보의 영광스런 사명을 지게 된 거란다. 아님 내가 하리? 여자가 여자 옷 입으면 뭐가 신기해 보이겠냐? 뇌가 있는 인간이라면 이쯤에서 알아서 눈치 까고 일할 준비를 해야지 않겠니? 그래도 잘 어울려서 다행이구만, 쪼매난 멸치 루저 체형도 나름 쓸 데가 있다니까? 푸큭." 그래, 이 독설의 폭풍. 이게 진짜 선배죠. 에잉, 못난 놈. 잉여면 잉여답게 그냥 잉여거리고 있을 것이지. 그렇게나 선배로부터의 인정이 절실했단 말이냐? 왜 그런 걸까, 난. 주제 파악도 못 하고. 왜, 왜...... 내 눈은 다시 서서히 초점을 잃어 갔다. "근데 어떡하지? 너무 잘 꾸며 놔서 남자로 안 보여." "사실 너무 추상적인 과제라고요. '이쁘긴 하지만 사실 얜 남자예요'를 어필한다는 게..." "메이크업을 다시 해야 할까?" "아니, 전부 고치기보단..." "어쩌구..." "저쩌구..." "블라블라블라..." 나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야 임마, 좀 웃어! 손님들 다 쫓아 보낼 일 있냐?!" 그리고 지금 이 상태다. 죄송합니다, 선배. 딴 건 다 해도 그건 도저히 못 하겠네요. 지금은 간신히 포커페이스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버겁습니다. 것보다 선배, 꽤나 즐거워 보이시는군요. 그런 발랄한 미소 처음 봅니다. 평소엔 절대 안 보여주시잖아요. 확실히 희소가치는 있지만, 이런 식으로 보고 싶지는 않았어..... ------------------------------------------------------------- 좋아, 좋아. 솔직히 반신반의했지만, 이렇게까지 효과가 클 줄은 몰랐는걸. 나중에 뒷풀이로 뭔가 맛있는 거라도 사 줘야 할까. 고마워, 정말로. 그러니까 표정 좀 풀어. 계속 그러고 있으니까 어쩐지 내가 심한 짓 한 것 같... 아, 심한 짓 한 거 맞구나. 그, 그래도 걱정 마! 혹시나 네가 이걸로 장가 못 가게라도 되면 내가 책임져줄 테니까. 내 여동생 되서 같이 살자. ..농담이고. 으~응. 어쩌지. 어떻게 달래줘야 하지.... 원하시는 분들 계시면 이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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