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선인장님 만화 팬픽 3

Nick 예박사

Time 2010-03-25 19: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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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xcf.com/bbs/view.php?id=gene1&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084 일단 이거 먼저 http://pds16.egloos.com/pds/201003/25/80/f0059580_4bab3b1f3fa0c.png -나레이션- 모처럼 수백장이나 뽑아놓은 가입권유서가 화려하게 불타올라요. 후배가 애통한 비명을 지르지만 지금 그런 거 신경쓸 때가 아니예요. "오늘 동아리는 쉰다. 집에 가." 선배가 절대영도에 가까운 귀기 넘치는 목소리로 말해요. 이때 소년은 선배의 안색을 잘 살펴봐요.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듯한 주파수의 이 가는 소리. 왼쪽 눈썹이 들썩이고, 타자를 치는 듯 손가락을 꼼지락대고, 게다가 양 귀가 미묘하지만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어요. (이거 직접 보면 그렇게나 신기할 수가 없어요.) 이쯤 되면 딱히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지만 굳이 말하자면 이건, <나 지금 초특급메가슈퍼울트라하이퍼익스트림스페샬하게 열받았다> 라는 뜻이예요. 소년은 이 표정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선배의 원고 지우개질 작업을 돕다가 실수로 원고를 구겨 버렸을 때. 그날 소년은 꼬박 하룻동안 무간지옥을 체험해서 아직까지 트라우마가 남아있어요. 여기서 현명한 사람의 선택은 딱 하나예요.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다다다다" 소년은 뒤도 안 돌아보고 대답하자마자 나비처럼 날아올라 교실에서 도망쳐요. 그 모양새가 심히 꼴사납지만 본능은 체면에 앞서는 법. 그저 가엾은 후배가 내일 제대로 학교에 나올 수나 있기를 빌 뿐이예요. -나레이션 끝- ----------------------------------------------------------------------------------- "야," 여기는 아무도 없는 구석진 위치의 여자 화장실. "너 뭐냐?" 험상궂은 표정으로 다리를 꼬고 라디에이터 위에 걸터앉은 모습 하며... "미쳤냐?" 거기다 담배만 하나 꼬나물면 훌륭한 불량 여고생이 하나 탄생할 것 같네요. 엄마, 어떡해. 이 언니 무서워..... 하지만 여기선 도망칠 형편도 못 된다. 왜냐하면, "아-나 진짜 어이가 없어서. 설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후려갈길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 이러려고 나한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니? 대체 어떤 발상을 하면 그런 짓이 가능한 건데? 걔 어딨어? 빨랑 연락해서 10초 안에 튀어오라고 해. 8초 9초 이딴 거 없다." 오 지저스, 그랬다. 그 가입권유서는 이 사람이 디자인한 거였다. 부장이 인재를 찾아 어렵사리 삼고초려하여 간지나는 전단지를 만들었단 얘기는 들었지만 설마 그게 이 무서운 선배일 거라고는..... 끄아~ 나 미쳤나봐~ 왜 내가 뭔가를 하려고 하면 항상 이렇게 꼬이는 거지? 어흐흑. 미안해요, 부장님... "당장 안 불러?!!" 히익! "됐어, 그럼 그냥 내가-" "죄송해요죄송해요잘못했어요몰랐어요부장언닌아무잘못없어요제가맘대로저지른거예요 한번만용서해주세요담부턴닷씨는안그럴테니까부디목숨만은살려주세요으아아아아아앙." 이럴 때는 그저 데꿀멍 하는 게 정석. 행여나 수틀리면 제대로 시작도 안 된 문예부 전체에 핏빛 광풍이 몰아칠 거야. 그럼 내 운명은..나는.. 크으윽, 절대 안돼! 내 선에서 해결해야 돼! 안 그럼 난 끝장이야! 울부짖으면서 계속해서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니 저쪽도 약간 난처해진 모양이다. "....진짜로 그 녀석이 꾸민 거 아니란 말이지." "네, 훌쩍. 전 그냥...." "왜 그런 거야?" 아주 약간 목소리가 누그러졌다. 나 살아날 수 있는 건가? 눈치를 봐가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필사적으로 단어를 짜맞추기 시작한다. "그, 그러니까 그게, 모처럼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정작 제대로 글 쓸 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뭐랄까, 다들 시간만 때우려 드니까....그래서 좀 부원들한테 자극이 될만한 뉴페이스를 수소문하다가 그 오빠를 찾았는데....옆에서 몰래 지켜보니까 성격도 좋고 성실할 것 같고, 생긴 것도 괜찮고.... 해서 어떻게든 끌어들이고는 싶은데 이미 만화부에 있다고 하니까 얼떨결에 아무 생각없이 그만.... 정말 죄-" "까고 있네 이 (삐-)할(삐-삐-)가!!" 아뿔싸, 틀렸다. "잘 아로새겨들어. 난 말이지- -누가 내 물건 허락도 안 받고 건드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어!!" 콰장창! 우와, 가는 팔에 어울리지 않는 괴력. 타일에 금이 갔다. 이제 곧 저 주먹이 날 향해 날아오겠지. 미안해 엄마, 미안해 문예부. 난 여기서 이렇게 끝나- 툭- 어라? "빌려줄게." "에?" "빌려준다고. 그 녀석같은 인재를 나 혼자 독점하는 것도 도의에 어긋나는 것 같고, 가끔은 너 같은 애들하고 어울리는 게 그녀석한테도 좋겠지. 그러니까, 제대로 허락을 받고 가져가란 말야! 어차피 평소에 그 녀석 할 일도 없고 너희랑 놀아줄 시간 정도는 남아도니까. 그래도 착각하지 마! 걔는 어찌되었건 기본적으로 내 거, 아니 만화부 소유니까. 알아들었어?" 아....... "정말 고마워요 선배님!!" 파앗. "우와앗, 뭐야! 떨어져!" 하아~ 간신히 살아남았다. 무서워 보이지만 이 사람 사실은 진짜로 좋은 사람이었구나. 다행이야, 다행이야...... 부장님, 보세요. 저 참 잘 했죠? 아아, 내일이 기대된다~♡ ----------------------------------------------------------------------------------- 아니, 난 분명 이런 소릴 하려고 했던 게 아냐. 우리 부원에게 다신 접근하지 말라고 확실하게 경고하려고 했던 건데 왜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나 버린 거지? 어째서 화를 내지 못하고- -!! 아아. 맞아. 기억났어. 분명 그때 그건, 내가 처음에 그 녀석을 봤을 때 떠올렸던 생각....... 이걸로 당분간 팬픽은 자제하려 합니다. 아우 내 손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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