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루프 가능한 게임송

Nick 윸쿠

Time 2012-07-26 07: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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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뺑뺑이 돌려서 루프 가능하게 만든 노랜데, 일단 끝은 내봤습니다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교실에서 스피커 선에 목을 매단 채 자살합니다. 학교측은 임시 휴교 조치를 내리고,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서 같은 반의 아이들을 남긴 채 학생들을 귀가시킵니다. 그러던 와중 그 반 담임 선생님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보낸 이는 이노우에 미치코. 자살한 학생이 보낸 유서였습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이지메를 당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무시만 당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 하나 제가 아는 것은 저한테 잘못이 있는 것 같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과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용서해주지 않았습니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지메는 점점 심해졌고 전 학교에 가는 게 힘들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귀찮아졌고, 그런 제 자신이 정말 싫어졌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이 몇 번이나 괜찮냐고 물어보셨는데 아무 이야기도 못했습니다. 심려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같이 점심 도시락을 먹자고 해주셔서 아주 기뻤습니다. 선생님 수업은 재미있었습니다. 선생님 반이어서 행복했습니다. 2학년 3반. 시노, 미도리, 노도카, 레이라, 아이리." 극은 유서에 이름이 쓰인 학생들의 부모를 회의실에 소집하면서 시작합니다. 부모들은 유서의 내용을 듣자 아연실색합니다. 왜 우리 애 이름이 거기 있느냐, 지금 아이들은 어디에 뒀느냐, 지금 범인 취급하는 것은 아니냐, 동명이인을 착각한 거 아니냐, 우리 애가 그럴 리가 없다.... 상황을 파악하고 나자 학부모들은 학교를 상대로 타협을 시도합니다. 편지에 이름이 적혀 있을 뿐이지 별다른 내용이 없는데 이지메라고 생각하는 건 단정이다. 그런데 편지를 지금 공개하면 어떤 오해를 받을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사건이 명백히 밝혀질 때까지는 편지를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 얼핏 논리적인 말에 우물쭈물하는 사이, 기어코 한 학부모가 잠깐 유서를 보자고 하더니 교실 한 구석에서 라이터를 이용해 유서를 불태워버립니다. "도대체 무슨 행동을! 부모님이 아시려면 어쩌려구요?" "선생님도 공범이에요. 말리려 들었다면 말릴 수도 있었을 거예요. 이 편지가 없어지길 마음 속으론 원하고 있지 않았나요?" "...타버린 건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유서가 있었는데 타버렸다고 하는 건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 아닌가요? 학교 입장에서는?" "우리 한 번 뭉쳐봅시다. 유서는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 여러분도 괜찮지 않습니까?" 학부모들은 학교와 결탁해 유서를 없던 걸로 무마시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때, 학교에 다른 반 학생의 학부모가 오면서 상황이 반전됩니다. 그 학부모가 학교에 가지고 온 것은, 자신의 아이 이름으로 온 한 통의 편지였습니다. "가나코, 같이 점심 먹어줘서 고마워. 도시락 안에 진흙이 들어가 있었을 때 밥을 나눠줘서 고마워. 집에 갈 때 승강기 입구에서 기다려줘서 고마워. 신발을 함께 찾아줘서 고마워. 새로 산 운동복이 없어졌을 때 조리실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찾아내, 냄새가 심하게 났는데도 운동장 옆 수도에서 함께 빨아줘서 정말 기뻤어. 제대로 고맙단 말도 못 해서 미안해 2학년 3반. 시노, 미도리, 노도카, 레이라, 아이리." 하지만 유서는 계속 나타납니다. 자살한 여자아이를 도와주었던 반 친구에게서,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 점장에게서. 그리고 사람들이 아이의 유서를 들고 나타날 때마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집니다. 학교 내에서 괴롭히는 것 뿐만 아니라 돈을 뜯고, 옷을 벗겨서 사진을 찍고, 협박하고, 심지어 매춘까지 시켰다는 게 드러납니다.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두려워하는 사람, 분노하는 사람, 인정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 학부모들은 이제 입을 모아서 돈 없고 행실이 불량하니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자살 소동을 벌인 거라고. 상습적인 거짓말쟁이라고. 그 어머니가 원조교제를 시킨 게 분명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이의 어머니가 유서를 들고 회의실에 들어옵니다. " 그리고 더이상 자기 자식을 두둔할 수 없게 된 부모들은 서로 싸우기 시작합니다. 누가 주도를 했네, 누가 사실을 숨겼네, 누가 사과를 해야 하네 하면서. 그리고 그 끝에, 모든 것을 알면서 방기했던 부모가 잘못을 시인하면서 이지메는 결국 현실로 드러나고 맙니다. 자식들이 기다리고 있는 교실로 뿔뿔히 흩어지는 부모들. 회의실 안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밑바닥까지 드러내 보이고 남은 처참한 잔해같은 몰골로 한 부모가 앉아서 서로에게 묻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살아야지. 살아야 하니까. 그렇게. 그리고 나서 잠깐의 암전 이후에 드러난 회의실에는 모든 배우들이 소파에 앉아서 말없이 이쪽을 노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다시 암전. 걷히고 나자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커튼콜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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